주일강론

희망의 시작 - 그리스도왕 대축일(요한 18장33-37)

Author
신부님
Date
2021-11-19 22:12
Views
859

이른 아침에 읽는 말씀

2021년 11월 21일 일요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요한 18장33-37)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 36)

우리 교회는 연중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바라봅니다. 세상에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 안에서 세상적인 개념의 ‘왕’인 아닌 하늘나라에서의 ‘왕’의 모습을 봅니다. 세상과 하늘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이 세상이라면 마음이 딛고 있는 세상이 하늘일 것입니다. 

세상을 통치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신 하느님, 섬김을 받기 위해서가 아나라 섬기러 오신 하느님, 소유하기 위해서 오신 분이 아니고 내어 놓기 위해서 오신 하느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당신에게로 오는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봅니다. 비움의 삶을 살아서 채움으로 나아가신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을 봅니다. 양쪽에 세상을 험하게 살았던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평생 도둑질을 하고 강도질을 했지만 십자가에 달리는 그 순간에 한 강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예수님이 메시아임을 고백하고 받아들입니다. 아무것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강도는 예수님을 비난합니다. 아무 생각도 없습니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  하며 예수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남을 비난하는 불쌍한 영혼입니다.  

이 마지막 순간에도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십니다. 당신께로 다가오는 고백의 사람을 당신과 함께 하늘나라로 데려가십니다. 

참된 비움이 참된 채움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비우고도 채우지를 못하면 더 나쁜 것으로 채워짐을 압니다. 이제 세상을 비우면서 하느님을 채우는 삶을 살아가고자 다짐합니다. 미움과 증오와 이기심을 비우면서 사랑을 채우는 삶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교만을 비우고 겸손을 채우고자 합니다.  바로 이러한 삶이 또 다시 오시는 메시아를 맞기위한 최선의 준비임을 압니다. 

오늘의 말씀은 요한복음의 「예수님의 수난기사」가운데, 예수님께서 당시 유다 지방의 로마 총독이었던 빌라도의 심문을 받는 장면 중의 한 부분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 두 종류의 왕이 등장합니다. 한 왕은 심문하는 왕입니다. 하지만 한 왕은 심문하는 왕 앞에서 침묵을 지키는 왕입니다. 한 왕은 세상의 왕이지만 한 왕은 믿음의 왕입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왕이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 왕이 어떠한 왕이기를 원하는지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왕으로서 섬김을 받고 싶은 본능과 섬겨야 한다는 양심의 본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본능은  세상적인 왕이고 또 양심의 본능은 종말의 왕입니다. 심문하는 왕이고 침묵하는 왕입니다. 통치하는 왕이고 섬기는 왕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통치하는 왕의 모습에서 섬기는 왕의 모습을 지향하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섬기는 왕의 모습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마르 10장 42부터 45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그러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42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43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44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45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마르 10,42-45).

비슷한 내용이 요한 복음서에서는 최후만찬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예수님의 모습과 말씀을 통해 제시되어 있습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15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 (요한 13,14-15).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면서 우리 자신의 삶의 모습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왕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닌 세상의 왕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금 우리의 삶 안에서 이미 현존하고 계시는 종말의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의 중심에 자리하고 계시는지를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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