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2021

하느님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실 것입니다.

로마서 2:6

God who will repay everyone according to his work

Romans 2:6

기한이 차서  결혼식을 올리던 날 저녁, 라반은 신방에 라헬대신 눈에 생기가 없는 라헬의 언니인 레아를 들여보내자 야곱은 그녀와 한 자리에 듭니다. 당시 관습대로 신부는 베일로 가려진 채 신방에 들어왔기 때문에 야곱은 자신의 신부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고 레아 역시 침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풍습대로 7일동안 결혼 잔치를 하면서 라헬을 아내로 맞을 생각에 기뻐 술에 잔뜩 취해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자기와 하루밤을 지낸 여자는 레아가 아닌가? 분노와 배신감에 어쩔줄 몰라했을 야곱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반면 야곱의 놀라움과 분노를 고스란히 보게 된 레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그녀는 아버지의 명령대로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야곱과 결혼합니다. 그녀는 야곱에게 왜 침묵하였을까? 아버지의 명령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순종하였는지, 야곱이 라헬을 사랑하는지 알면서도 야곱을 짝사랑한 것은 아닌지 잘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또한 야곱의 아내가 되는 것을 받아들입니다. 결혼식 다음날 자신의 아버지에게 따지며 분개하는 야곱을 보며 레아의  심적 고통이 시작됩니다. 눈에 생기가 없는 레아는 자기자신을 아름다운 동생 라헬과 비교하며 스스로 비참함을 느꼈을 겁니다.

라헬은 어떠했을까요?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아버지의 강압에 위해 언니와 결혼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아버지 라반의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결혼 당일날 갑자기 자기 대신 언니를 신방에 보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칠년동안 야곱과 함께 하며 라헬도 야곱을 사랑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결혼할 당사자인 자기대신 언니가 먼저 야곱과 결혼하게 됩니다. 야곱과 레아가 결혼 하던 날 라헬또한 분개하고 슬퍼하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을 것입니다. 언니만 없었다면 야곱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았을텐떼…

이 모든 상황은 라반에 의해 계획되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 딸을 팔어버린 것입니다. 결혼의 당사자인 야곱과 레아와 라헬은 어느 누구도 이러한 상황을 원하지 않았고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어쩌됐든 라반에 의해 이루어진 삼각관계는 야곱과 레아, 라헬 모두에게 상처와 고통을 안겨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사기꾼 라반을 통해 똑같은 방범으로 죄에 대한 댓가를 치루게 하십니다. 자신이 에사우로 변장하여 아버지를 속였듯이 라반도 레아를 라헬처럼 만들어 야곱을 속입니다. 장자권을 도둑놈 심보로 가로챘듯이 하느님께서는 야곱을 머슴처럼 14년을 살게 하십니다 : 정신부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야곱은 이일을 라반에게 따지자 라반은 이 고장에서는 동생이 언니보다 일찍 결혼하지 못하니 초례 주간을 채우고 7년을 더 일하면 라헬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약삭빠른 야곱도 라반의 속임수에 당하고 만 것입니다. 야곱이 라반에게 이곳에 오게된 경위를 말했을 때 라반이 “정녕 너는 내 골육이다”라고 말한것처럼 야곱과 라반은 속임수의 명수입니다. 그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있는 것처럼 라반이 한 수 위입니다. 자기 딸들을 매개로 야곱을 오래도록 거저 부려먹을 심산인 것입니다. 이제 라반은 인물이 떨어지는 큰 딸과 예쁜 작은 딸을 시집보내며 믿을만한 조카를 무려 14년동안 머슴으로 데리고 쓰게 됩니다. 

그러나 야곱의 순정은 사랑하는 여자를 얻기위해 다시금 7년을 일하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야곱은 사냥을 간 형과 눈먼 아버지를 속인 어둠의 시간과 자신이 신부도 알아보지 못했던 어둠이 깔린 밤의 음모가 결국 인과응보라고 생각했을까요? 칼쓰는 사람은 칼로 망하고 사기꾼은 더 실력좋은 사기꾼에게 당하는 것처럼…. 

고대 중국에서는 시집갈 때, 여동생이나 조카를 ‘잉첩’으로 데려가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심하면 10여 명의 잉첩을 데리고 갔습니다. 남성 입장에서 한꺼번에 아내와 여러 첩이 생겨 흐믓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야곱의 경우 7년간 일하고 라헬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꿈꾸었을 것이었기에 두 명의 아내가 한꺼번에 생기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야곱은 그렇게 14년을 일하면서 자신의 행실을 반성하며 회개의 시간을 가졌으리라 봅니다. 그 시간은 자신의 죄에 대한 보속의 시간이었을 것이고 인내를 배우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이러한 인고의 시간이 없었다면 장자권의 축복 또한 너무나 값싼 축복이 됩니다. 그러기에 한 여자를 얻기위해 바친 14년은 야곱에겐 은총의 시간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각자에게 그 행실대로 갚으신다는 상선벌악의 개념은 단지 교리만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오니 주님, 당신 닮아 선하게 살아가게 이끌어 주소서. 또한 제가 육의 사람이 아닌 성령의 사람이 되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