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2022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

이사야 42:3

A bruised reed he will not break, and a dimly burning wick he will not quench. He will faithfully bring forth justice.

Isaiah 42:3

제2 이사야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다 3

이사야서 42장은 '주님의 종'의 노래라고 불리는 네 가지 노래중 첫째 노래가 실려 있습니다. 이사야를 통한 주님의 말씀이 이어집니다. 제2 이사야가 말하는 주님의 종은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종'은 첫째로, 충실한 이스라엘 백성으로 보기도하고 둘째로, 이사야, 예레미야 또는 제 2이사야와 같은 예언자로 보기도 하며 세상 종말에 나타날 예언자로 보기도 합니다. 세째로, 다윗의 후손으로 바빌론에 끌려간 임금, 그의 자손 또는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로 보기도하며 넷째로, 이스라엘 민족의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로 보기도 합니다.

종은 주인에게 복종할 의무가 있으며 주인은 종을 보호해 줄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약에서 주인의 첫째가는 종은 주인에 의해 때로는 재산을 상속받기도 하고 주인과 영광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제 2이사야에서는 종의 관계가 바뀌게 되는데 '종'에서 '친구'가 됩니다. (정신부님의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당신의 종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는 당신께서 선택한 이며 당신의 마음에 드는 이며 당신의 영을 부어준 이입니다.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며 외치지도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습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도 꺾지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습니다. 이 종은 왕이나 다른 예언자처럼  큰 소리를 내지도 않으며 조용하여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지도 않습니다. 이 종은 기를 펴지 못하고 나약하고 절망하는 사람들, 부러진 갈대나 꺼져가는 심지같은 사람들을 돌볼 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지치지도 않고 기가 꺾이는 일없이 세상에 공정을 세울 것이라고 합니다.

갈대는 연약하여 쓸모가 있는 식물이 아닙니다. 그래서 간혹 빗자루로 씁니다. 구약시대 목동들은 갈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속을 비운 다음 두세개를 합쳐 갈대로 피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심할 때 불며 적적함을 달랬다고 합니다. 워낙 갈대가 약하다보니 금방 갈라져 못쓰게 됩니다. 그렇게되면 지천으로 널려있는 갈대로 또 다시 갈대피리를 만드는 것은 손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간혹 어떤 목동들은 자신이 만든 손때묻은 갈대피리에 애착을 두어 부러져도 실로 꿰어 다시 썼다고 합니다. 그냥 버리고 새로 만들면 더 간단한 것을 버리지않는 목동처럼, 이미 타버리어 꺼져가는 심지를 버리지않고 심지를 잇대어 다시 쓰는 사람처럼 주님의 종은 전혀 가치없다고 느끼는 것도 소중히 생각하십니다. 빗자루정도로밖에 쓰지 못하는 갈대, 그것도 상한 갈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주님의 종의 마음인 것입니다.

하느님은 강하고 교만한 것, 위대한 것, 완전한 것… 이런 것들을 사용하시는 것이 아니라, 연약한 것, 깨어지기 쉽고 부서지기 쉬운 것, 나약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들과 보잘 것 없는 것들… 이런 것들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나타내십니다. 주님의 도움없이 살 수 없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정녕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일겁니다.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 낙오자, 왕따, 실패한 사람.... 강한 자가 대우받는 세상에서 루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실패의 경험이 있습니다. 왕따의 경험도, 낙오된 경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모습이었을 때, 위로받을 곳조차 없었을 때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주님의 존재를 몰랐을 때에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내 곁에는 항상 나를 노심초사하며 바라보신 분이 계셨습니다. 부러진 갈대같은 나를,  꺼져가는 심지같은 나를 위해…..

주님, 제가 언제고 다시 부러지고 꺼져가더라도 소중히 꿰매어주어 성하게 만들어 주소서. 저를 다시 일으켜 주실 분은 당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