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2019

저의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즐겨 이룹니다. 제 가슴속에는 당신의 가르침이 새겨져 있습니다. 

시편 40:9

I delight to do your will, my God, your law is in my inner being

Psalms 40:9

훌다와 살룸 이야기

여예언자인 훌다는 하르하스의 손자이며 티크와의 아들인 살룸 예복 담당관의 아내입니다. 훌다와 살룸은 예루살렘 신시가지에 살고 있었습니다. 

남유다 요시야임금 때, 힐키야 대사제가 주님의 성전에서 율법서를 발견합니다. 요시아 임금은 그 율법서의 말씀을 듣고 자기 옷을 찢습니다. 요시아는 사제와 신하들로 하여금 “우리 조상들이 이 책의 말씀을 듣지 않고, 거기에 쓰여 있는 그대로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를 거슬러 타오르는 주님의 진노가 크다”고 말하며 주님께 문의하게 합니다. 그들은 훌다에게 가서 용건을 말하자 훌다는 주님을 저버리고 우상숭배를 했기에 재앙을 내리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선포합니다. 하지만 요시아임금만은 자신을 낮추어 옷을 찢고 통곡하였으니 평화로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대별로 중심이 되었던 사람들을 색깔로 표현하면, 농업사회에서는 그레이칼라, 산업사회에서는 블루칼라 내지 화이트칼라, 정보화 사회에서는 골드칼라가 중심을 이룹니다. 미래학자와 경제학자들은 21세기는 3F’(Female/여성, Feeling/감성, Fiction/가상)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들은 여성과 깊은 관련이 있는데 그래서 미래사회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는 핑크칼라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실제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증가하여 여성 리더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이러한 여성리더를 가리켜 핑크리더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리고 섬세한 여성의 기질을 잘 살린 사람이 핑크 리더이고, 이렇게 사람을 이끄는 것이 핑크 리더십입니다. 구약성경에는 미르얌, 드보라, 훌다가 핑크리더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시아임금때 활약했던 예언자로는 예레미야나 스바니야가 있었는데 사제와 신하들은 그들보다 훌다를 찾아갑니다. 예레미야는 바룩서기관이 필사를 대신 해준 것으로 보아 글을 읽고 쓸 줄 몰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탈무드는 훌다가 예레미야의 친척이었다고 전합니다. 윌리암 핍스라는 학자는 훌다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고 예루살렘에서 교육 기관을 운영할 정도의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성전에서 발견한 율법서를 해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쨌든 훌다가 지도층의 신임을 받은 가장 영향력 있는 예언자였던 것 같습니다. 훌다의 예언을 들은 요시야왕은 우상을 타파하고 과월절을 준수하는 등 종교개혁을 단행합니다. 열왕기하 23장에서 “요시야처럼 모세의 모든 율법에 따라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온 임금은 그 앞에도 없었고 그 뒤에도 다시 나오지 않았다”라고 기록합니다. 이렇게 강력한 종교개혁을 한 신실한 요시야 왕의 옆에는 훌다가 있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남성 예언자 못지않게 큰 역할을 했음에도 훌다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오랜기간 남성중심사회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하고 겸손하게 예언자의 소명을 수행하였기에, 또는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남편을 내조하고 가정을 꾸려가는 주부의 일을 함께 했기에 적극적으로 예언활동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가의 존망이 달린 중대사에 가장 먼저 훌다에게 문의한 것을 보면 그녀가 지식인이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녀가 가진 영적 혜안과 예언의 은사는 누구보다 뛰어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이렇듯 비범한 아내를 둔 남편은 누구였을까…훌다의 남편인 살룸은 왕실이나 사제들의 예복을 주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제사에 합당한 예복을 만드는 것은 율법에 어긋남이 없이 정확하고 정성들여 만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살룸역시 율법에 정통한 재능있고 신심깊은 사람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이 예루살렘의 신시가지에 살고 있음을 성경에서 언급한 것을 보면 예레미야처럼 고통스런 삶을 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예언자에 비해 평탄한 삶을 살았을 그들 부부는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하느님의 일을 성실히 해나갔을 부부였음을 의심치 않습니다.

주님, 훌다와 살룸은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았던 사람이었을 겁니다.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서 당신의 뜻을 이루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을 훌다와 살룸을 보며….무엇을 하던지 제 뜻대로가 아니라 당신 뜻대로 할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을 허락하소서

주님,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가려고 인생의 중요함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열린 마음또한 허락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