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9/2019

주님, 저에게서 당신의 얼굴을 돌리지 마소서.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

토빗 3:6

Do not turn your face away from me, Lord. For it is better for me to die than to endure so much misery in life, and to listen to such reproaches!

Tobit 3:6

어느날, 안나는 짜던 옷감을 잘라서 주인들에게 주자 그들은 품삯을 다 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 쓰라고 새끼 염소 한 마리도 줍니다. 안나가 집에 들어오자 때마침 새끼 염소가 울기 시작하자 토빗은 “그 새끼 염소는 어디서 난 거요? 혹시 훔친 것 아니오? 주인들한테 돌려주시오. 우리에게는 훔친 것을 먹을 권리가 없소.” 라고 하자 안나는 “이것은 품삯 외에 선물로 받은 것이에요.” 하고 말합니다. 토빗은 아내를 믿지 못하여 그 새끼 염소를 주인들에게 돌려주라고 다시 말하자 안나가 대꾸합니다. “당신의 그 자선들로 얻은 게 뭐죠? 당신의 그 선행들로 얻은 게 뭐죠? 그것으로 당신이 무엇을 얻었는지 다들 알고 있어요.”

토빗부부가 처한 상황을 보면 현진건의 ‘빈처’를 생각나게 합니다. 주인공인 '나'는 아침거리를 장만하려고 전당포에 잡힐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아내를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집니다. ‘나’는 어릴적 결혼한 후 중국과 일본에서 공부를 하였으나 변변치 못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와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창작으로 세월을 보냅니다.  처음에 아내는 격려를 해 주었으나 점점 아내는 가난에 찌들려 허무함과 설움을 느껴갑니다. 장인의 생신날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처형과 대조적으로 허름한 당목옷에 청록당혜를 신은 아내의 모습에 나는 마음이 아픕니다. 그때 처형의 눈 위에 시퍼런 멍이 든 게 보였고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집에 돌아옵니다. 며칠 뒤 처형이 남편한테 받은 돈으로 아내의 신발 한 켤레를 사서 나의 집을 방문합니다. 아내가 몹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아내에게 '나라고 고생시키고 싶어서 시키는것이 아니다. 나도 어서 출세해서 비단옷이고 양산이고 비단신이고 사주고 싶다' 말합니다. 처형의 멍든 눈자위 이야기를 하며, 물질에 대한 욕구를 참고 사는 아내가 가난하더라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해주자 나는 진정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표시합니다. 이에 아내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넘쳐흐릅니다.

동족에게 배신당하고 눈이 멀게되는 잇따른 불행속에서도 토빗은 자신의 불행을 슬프지만  하느님을 원망하지않고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가난에 찌들려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가난해도 죄짓지않고 살려고 애씁니다. 아내가 훔친게 아니라고 말하는 데도 믿지못하고 아내를 다그치기까지 합니다.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불안과 자격지심에 치우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빈처의 남편의 마음과 흡사할 것입니다. 

빈처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아직 이십대 초반으로 아이도 없는 아직 젊은 부부지만 눈이 멀게 되었을 때 토빗은 62세입니다. 그들은 결혼한지 오래된 부부일 것입니다. 빈처의 아내가 남편의 눈치를 보면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산전수전 겪은 안나는 남편의 의심섞인 한 마디에 꾹참고 하지 못했던 말을 한꺼번에 내뱉어 버립니다. 그간에 가슴에 쌓아둔 화와 원망이 많아서일 것입니다. 그렇게 신실하고 자선도 많이 했지만 하느님조차 외면했다고 말하는 아내의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불신과 원망이 부부사이에 끼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절망의 상황에서도 주님은 의로우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처지가 괴로워 “살아서 많은 곤궁을 겪고 모욕의 말을 듣는 것보다 죽는 것이 저에게는 더 낫습니다.” 라며 이 땅에서 벗어나 흙이 되게 해달라고 울며 기도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고통은 똑같으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똑같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똑같은 고통을 당하면서도 하느님께 불평하지만, 어떤 사람은 똑같은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토빗이 아내에게 훔친 것 아니냐고 말한 이면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훔쳐서는 안된다는 바램이고 안나가 토빗에게 자선과 선행으로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대꾸할때는 선행과 자선을 하느님께서 기억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일 것입니다. 토빗이 하느님께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기도할 때는 살아서 좋은 일을 보게 해달라는 절박한 외침일 수 있습니다.이러한 코빗의 탄원기도를 하느님께서는 듣고 계셨을까요?

주님, 고난을 당할 때, 치를 떨도록 세상과 원수가 되었을 때, 당신에게 버림받았다고 느껴질 때 …그 고난의 시간을 지나갈 때 당신께 더욱 의지하는 법을 배우고 탐욕을 버리는 계기가 되게 하소서

주님, 고난이 아프고 힘겨워도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