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2024

좋은 일을 하고 선행으로 부유해지고, 아낌없이 베풀고 기꺼이 나누어 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시오.

1 티모테오 6:18

Tell them to do good, to be rich in good works, to be generous, ready to share.

1 Timothy 6:18

아비가일과 나발 첫번째

마온이라는 곳에 나발이라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칼렙족인 나발은 거칠고 행실이 악하였으나 그의 아내인 아비가일은 용모도 아름답고 슬기로웠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기쁨이다’라는 뜻의 아비가일은 다윗의 아내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나발이 살았던 마온은 헤브론에서 남동쪽으로 13km 떨어진 광야 한복판에 위치하였는데 이곳은 야생 동물과 각종 부랑자들이 우글거리는 소굴입니다. 그의 재산은 양이 삼천 마리, 염소가 천 마리였으며 그의 목자들이 가축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다윗이 사울을 피해 머물던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다윗은 나발이 양털을 깎고 있다는 말은 듣게 됩니다. 양털을 깎는 날은 큰 축제입니다. 주인은 잔치를 베풀고 목자들은 양과 염소들을 주인에게 안전하게 넘겨주면서 그간의 보수를 받습니다. 다윗은 그곳에서 나발의 목자들을 돌보아 주고 있었습니다. 숫적으로 많은 다윗의 군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나발의 목자들을 쳐서 가축을 빼앗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윗은 나발의 목자들이 아무 것도 잃지 않게 해 주었을 뿐 아니라 그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다윗은 부하들은 나발에게 보내어 양식을 청합니다. 다윗은 당시 600명의 식솔을 거느리는 지도자입니다. 사울을 피해다니는 것만큼이나 다윗에게 중요한 것은 식솔들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다윗도 위험한 곳에서 양들을 친 나발의 목자들을 보호해 주었기에 나발의 후함에 기대하며 수고에 대한 보수를 청한 것입니다.

그러나 나발은 도대체 다윗이 누구며 이사이의 아들이 누구냐며 다윗의 부하들을 거칠게 대하며 거절합니다. 나발이 다윗의 신하이며 사위였음을 모를리는 만무합니다. 하지만 나발은 다윗과 다윗의 군사들이 주인에게서 뛰쳐나온 종들의 불법적이고 하찮은 집단이며 정체불명의 알지도 못하는 자들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런 자들에게 음식을 주어야 하는가? 라고 조롱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다윗은 분노합니다.  그리하여 다윗은 군사 400명에게 허리에 칼을 차게하며 나발의 집으로 향합니다.

한편 일꾼들 중 한 사람이 아비가일에게 다윗일행이 자기들에게 잘해주었으나 나발이 다윗의 부하들을 호통만 쳤다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 일꾼은 이어서 주인님은 성미가 고약한 분이시라 말씀드릴 수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아비가일은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급히 양식을 나귀 여러 마리에 싣고 일꾼을 앞세워 자기도 나귀를 타고 다윗을 만나러 갑니다.

 '귀족은 의무를 갖는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프랑스어가 있습니다. 사회지도층에게 사회에 대한 책임이나 국민의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단어입니다. '부자인 채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신의 철강회사를 처분하여 자선활동을 한 미국의 카네기, 죽기전에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 앞으로 20년 안에 자신의 재산을 1%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한 eBay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디아르등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00년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하면서도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면서 권력을 멀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재산을 이웃과 나누며, 항일 독립운동과 교육사업에 전 재산을 바치는 모습을 보인 '경주 최부자 집안'의 사례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이외에도 '부자의 도덕적 심성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리세스 오블리주'라는 용어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기부나 자선을 통해 존경받는 부자가 아닌정당한 부와 부당한 부의 축척에 대한 책임까지 묻는 방향으로까지 접근하고 있습니다. ‘차이의 존중’의 저자인 조나선 색스는 유태인들의 탈무드속에 있는 사상을 이렇게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세상 만물의 주인은 창조주 하느님이며, 우리는 소유한 것이 아니고 잠시 점유하고 있을 뿐이며, 하느님이 맡긴 것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부는 하느님이 주신 축복’이므로 거기에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의무가 수반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리세스 오블리주이다”.

재벌들의 탈세사례가 종종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나발은 지금으로치면 재벌입니다. 나발이 현대에 살고 있다면 인색하고 파렴치한 재벌의 반열에 들었을 겁니다. 나발은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것은 그의 아내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가장 귀중한 보석같은 아내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그가 진정한 귀족으로서의 자질도 신앙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리세스 오블리주의 실천을 부자들의 이야기로만 치부하지않고 모든 사람들이 실천해야하는 의무임을 생각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선행과 자선과 이웃사랑에서는 진정한 귀족이 되게 해주소서. 그리고 저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아가게 해주소서